penrose's blog : 이런 저런 얘기들...


[연극] 로물루스 대제

관람일: 2004.10.01
작가: 뒤렌 마트
극단: 서울시극단

8월 14일 삼류배우 이후 거의 2달 만에 연극을 봤다.
길복이 친구 현지님의 공짜표로 좋은 자리에서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연극은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 로물루스에 대한 이야기인데,
연극이니 만큼 실제와 다른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었다.
게르만인의 침입을 시시각각 전해오는 비보,
그러나 아무런 국사도 돌보지 않는 황제.
보는 이 마저 애가 탈 정도로 황제의 무능력함은 극에 달하는데.

로마의 위인들의 흉상을 골동품 상인에게 헐값에 팔아버리고,
비보를 알리러 급히 달려온 장군에게 푹 쉬고 다음날 보자고 하고는
자신은 양계장을 관리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이 사람.
이 사람이 과연 로마의 황제란 말인가?

그의 이상한 행동에는 꿍꿍이 속이 있었다.
번영에 가려져 있던 로마의 모든 악행에 대한 사죄로
그는 이 제국을 파멸시키려고 작정한 것이었다.
그는 이것이 그가 제위에 오른 이유라는 다소 엉뚱한 주장을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요란한 북소리와 함께 등장한 게르만 장군 오도아케르.
그는 로물루스 앞에 다가가서는 무릎을 꿇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황제여, 저는 게르마니아를 그대에게 바치러 왔습니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로마의 악행에 대한 속죄로 로마를 파멸시키려는 황제와
후계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로마에 영토를 바치려는 게르만 장군.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는 이 둘의 코미디 같은 대화로 연극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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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에서 무엇보다도 눈에 띈 것은 무대였다.
'로물루스 대제'는 이름에 걸맞게 비교적 큰 무대를 사용하였는데,
웅장한 세트에 대한 나의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은 게 있었으니
바로 음향 효과가 라이브였다는 것이다.

전에 '갈매기'에서도 일부 사용한 적이 있는 방법인데,
밴드가 무대의 한켠에 자리잡으면서 배경음을 직접 연주한다.
전통 국악기와 키보드로 이루어진 밴드의 라이브 음악은
현장감과 함께 연극의 장점인 현재성을 더욱 더 부각시켜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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