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rose's blog : 이런 저런 얘기들...


미소

비용이 들지 않지만 많은 것을 준다.
주는 이가 가난하게 되지 않으면서도,
받는 이를 풍요롭게 한다.
잠깐이지만 그에 대한 기억은 때로 영원하다.
아무리 부자라도 이것이 필요 없는 사람은 없고,
아무리 가난해도 이걸 못할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
가정엔 행복을 더하고,
사업엔 촉진제가 되고,
친구 간엔 우정을 돈독하게 만든다.
피곤한 자에겐 휴식이 되고,
좌절한 자에겐 용기를 주며,
슬퍼하는 자에겐 위로가,
번민하는 자에겐 자연의 해독제가 된다.
돈을 주고 살 수도 없으며, 빌릴 수도 없고 훔칠 수도 없다.

[ 랍비 S. R. 허시 ]

'남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훌륭한 삶  (3) 2006.01.25
감사하는 마음  (0) 2006.01.22
가짜 그리스도  (6) 2005.09.19
사랑이라는 병  (8) 2005.09.17
소비 중심의 사회  (4) 2005.08.15
Response
,

가짜 그리스도

..... 가짜 그리스도는, 그 사자(使者)가 그랬듯이 유대 족속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먼 이방 족속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잘 들어 두어라. 가짜 그리스도는 지나친 믿음에서 나올 수도 있고, 하느님이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에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단자 중에서 성자가 나오고 선견자 중에서 신들린 무당이 나오듯이..... 아드소, 선지자를 두렵게 여겨라. 그리고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OOO가, 능히 악마의 대리자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저 나름의 진리를 지나치게 사랑한 나머지 허위로 여겨지는 것과 몸을 바쳐 싸울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OOO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책을 두려워한 것은, 이 책이 능히 모든 진리의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방법을 가르침으로써 우리를 망령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해줄 수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의 할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리를 비웃게 하고, 진리로 하여금 웃게 하는 것일듯하구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좇아야 할 궁극적인 진리가 아니겠느냐?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장미의이름(상)
카테고리 소설 > 기타나라소설 > 이탈리아소설
지은이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2008년)
상세보기

'남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사하는 마음  (0) 2006.01.22
미소  (0) 2006.01.16
사랑이라는 병  (8) 2005.09.17
소비 중심의 사회  (4) 2005.08.15
책을 읽는데 가장 적합한 장소  (10) 2005.07.20
Response
,

사랑이라는 병

..... 그러나 '사랑의 거울'을 보는 순간 나는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De te fabula narratur>." 그 책을 보는 순간 나는 나의 상사병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중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특히 사랑이라는 병은 괴질(怪疾)이기는 하되 사랑 자체가 곧 치료의 수단이 된다는 이븐 하즘의 정의는 인상적이었다. 이븐 하즘에 따르면, 사랑이 괴질인 까닭은,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치료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엇다. 이 얼마나 놀라운 통찰인가! 나는 그제서야, 그날 아침 내 눈에 보인 것들이 그렇게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던 까닭을 이해했다. 안치라 사람 바실리오에 따르면 사랑은 눈을 통해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오는 병이었다. 그에 따르면 이 병에 걸린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들뜨거나, 혼자 있거나, 혼자 있고 싶어하거나(그날 아침, 나는 얼마나 혼자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겼던가) 공연한 심술을 부리거나 바로 이 심술 때문에 말수가 적어지거나 한다.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그 대상을 만나지 못할 경우에는, 심한 자기 학대 증세를 보이면서 하루 종일 침상을 떠나지 않는데, 이 상사병 증세가 지나쳐 뇌가 영향을 받게 되면 정신을 잃거나 헛소리를 하게 된다는 대목에서는 겁이 덜컥 났다(그러나 내 경우는, 맑은 정신으로 장서관 미궁을 조사할 정도였으니 그런 중증은 아닐 터였다). 이 병이 악화되면 목숨을 앗을 수도 있다는 대목도 꺼림칙했다.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소  (0) 2006.01.16
가짜 그리스도  (6) 2005.09.19
소비 중심의 사회  (4) 2005.08.15
책을 읽는데 가장 적합한 장소  (10) 2005.07.20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  (6) 2005.07.03
Response
,

소비 중심의 사회

..... 하긴 세상에는 이렇게나 많은 물건이 철철 넘쳐 흐르니, 그것들을 만드는 공장이 많은 게 당연한 일이지만, 최근에는 대도시 - 특히 동경 - 에서 큰 공장을 거의 볼 수 없으니까, 도시 한가운데 살다 보면, 세상이 오로지 소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고 마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해뜨는 나라의 공장]

무라카미하루키수필집3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일본에세이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백암, 1994년)
상세보기

'남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짜 그리스도  (6) 2005.09.19
사랑이라는 병  (8) 2005.09.17
책을 읽는데 가장 적합한 장소  (10) 2005.07.20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  (6) 2005.07.03
분석과 직관  (1) 2005.06.08
Response
,

책을 읽는데 가장 적합한 장소

..... 만약 누군가가 책을 읽는데 가장 적합한 장소는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1968년 4월 저 휑한 방에 있던 딱딱한 매트리스 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작품의 한 줄 한 줄이 마음에 잔잔하게 스며드는 장소 - 그런 장소가 즉 내게는 '서재'이다. 임즈의 라운지 체어와 모빌리아의 스탠드와 AR 스피커에서 조용하게 흘러 나오는 텔레만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이다. 존 업다이크를 읽기 위해서는 존 업다이크를 읽기 위한, 치바를 읽기 위해서는 치바를 읽기 위한 가장 좋은 장소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란, 기분이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하루키수필집1:코끼리공장의해피엔드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일본에세이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백암, 1993년)
상세보기

'남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이라는 병  (8) 2005.09.17
소비 중심의 사회  (4) 2005.08.15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  (6) 2005.07.03
분석과 직관  (1) 2005.06.08
...  (3) 2005.06.06
Response
,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

그날 오후에는 윈톤 켈리의 피아노가 흘렀다. 웨이트리스가 하얀 커피잔을 내 앞에 놓았다. 그 두툼하고 묵직한 잔이 테이블 위에 놓일 때 카탕하고 듣기 좋은 소리가 났다. 마치 수영장 밑바닥으로 떨어진 자그마한 돌멩이처럼, 그 여운은 내 귀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나는 열여섯이었고, 밖은 비였다.

그 곳은 항구를 낀 아담한 소도시,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늘 바다 냄새가 풍겼다. 하루에 몇 번인가 유람선이 항구를 돌았고, 나는 수없이 그 배에 올라타 대형 여객선과 도크의 풍경을 질리지도 않고 바라보곤 했다. 설사 그것이 비 내리는 날이라 해도, 우리는 비에 흠뻑 젖어 가며 갑판 위에 서 있었다. 항구 근처에 카운터 외에는 테이블이 딱 하나밖에 없는 조촐한 커피집이 있어, 천정에 붙어 있는 스피커에서는 재즈가 흘러 나왔다. 눈을 감으면 깜깜한 방에 가두어진 어린아이 같은 기분이 찾아 왔다. 거기엔 언제나 친숙한 커피잔의 온기가 있었고, 소녀들의 보드라운 향내가 있었다.

내가 정말로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은, 커피맛 그것보다는 커피가 있는 풍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내 앞에는 저 사춘기 특유의 반짝반짝 빛나는 거울이 있고, 거기에 커피를 마시는 내 자신의 모습이 또렷하게 비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나의 배후로는 네모낳게 도려내진 작은 풍경이 있었다.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의 선율처럼 따듯했다.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 풍경은 나를 축복했다.

그것은 또한 아담한 소도시에서 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해가기 위한 은밀한 기념 사진이기도 하다. 자, 커피잔을 가볍게 오른손에 쥐고, 턱을 당기고, 자연스럽게 웃어요..... 좋았어. 찰칵.

때로 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안겨다 주는 따스함의 문제, 라고 리차드 브로티간의 작품 어딘가에 씌어 있다. 커피를 다룬 글 중에서, 나는 이 문장이 제일 흡족스럽다.

[무라카미 하루키,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비 중심의 사회  (4) 2005.08.15
책을 읽는데 가장 적합한 장소  (10) 2005.07.20
분석과 직관  (1) 2005.06.08
...  (3) 2005.06.06
어느 쪽이든 상관없잖아! 2  (0) 2005.05.29
Response
,

분석과 직관

물체의 속성을 분석하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기본적인 등식을 쓰고 나서 그것을 수학적으로 푸는 데서부터 시작하려고 할 것이다.
'분석'을 할 수 있는데 왜 직관으로 해결하려 들겠는가?
이러한 접근법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대부분 실패를 겪는다.
진정한 성공은 '물리적' 관점에서 시작하는 사람들,
다시 말해 자신이 도달하려는 목적지를 미리 머리 속에 그리고
대락적으로 올바른 방향에서 접근하려는 사람들의 차지이다.

[리처드 파인만]

'남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을 읽는데 가장 적합한 장소  (10) 2005.07.20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  (6) 2005.07.03
...  (3) 2005.06.06
어느 쪽이든 상관없잖아! 2  (0) 2005.05.29
어느 쪽이든 상관없잖아!  (2) 2005.05.29
Response
,

...

만약 가슴 안에서 "나는 그림에 재능이 없는걸"이라는 음성이 들려온다면 반드시 그림을 그려보아야 한다. 그 소리는 당신이 그림을 그릴 때 잠잠해진다.

[빈세트 반 고흐]

'남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  (6) 2005.07.03
분석과 직관  (1) 2005.06.08
어느 쪽이든 상관없잖아! 2  (0) 2005.05.29
어느 쪽이든 상관없잖아!  (2) 2005.05.29
진리에 대하여  (3) 2005.03.24
Response
,

어느 쪽이든 상관없잖아! 2

..... 이때에 앨리스는 몇 미터 앞 나뭇가지에 체셔 고양이가 앉아 있는 걸 보고 조금 놀랐다. 고양이는 앨리스를 보고 씩 웃었다. 고양이가 순해 보이긴 했지만, 엄청나게 긴 발톱과 이빨이 많은 것을 보고 앨리스는 점잖게 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앨리스는 고양이가 이런 이름을 좋아할지 어떨지 몰라서 조심스럽게 불렀다.
"체셔 고양이야."

그렇게 부르자 고양이는 좀더 환하게 웃었다.

앨리스는 생각했다.
'그래, 아직까지는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앨리스는 말을 이었다.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가르쳐 줄래?"

고양이가 대답했다.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려 있어."

"난 어디든 상관없어."

고양이가 말했다.
"그렇다면 어느 길로나 가도 돼."

앨리스가 설명을 덧붙였다.
"..... 어디든 도착만 한다면."

고양이가 말했다.
"아, 넌 틀림없이 도착하게 되어 있어. 계속 걷다 보면 어디든 닿게 되거든!"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p.s. 아래 글은 어떤 잡지(아마도 '마음의 양식')의 편집 후기에 실려있었는데,
얼마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완역본을 직접 읽고는 내용이 조금 다른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이 완역본에 있는 글이다.

이상한나라의앨리스
카테고리 아동 > 초등5~6학년 > 어린이동화 > 명작동화
지은이 루이스 캐럴 (시공사, 2002년)
상세보기

'남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석과 직관  (1) 2005.06.08
...  (3) 2005.06.06
어느 쪽이든 상관없잖아!  (2) 2005.05.29
진리에 대하여  (3) 2005.03.24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 2005.03.13
Response
,

어느 쪽이든 상관없잖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혼자서 길을 가고 있었다.
길 끝에는 커다란 나무를 중심으로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나무 위에는 토끼 한 마리가 앨리스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앨리스는 묻는다.
"어디로 가야되니?"

토끼가 대답, 아니 묻는다.
"어디로 가고 싶은데?"

앨리스는 말한다.
"글쎄....."

토끼는 말한다.
"그럼 어느 쪽이든 상관없잖아!"

[마음의 양식]
Response
,

« Previous : 1 : 2 : 3 : 4 : 5 : 6 : Next »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