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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로그
penrose
2010. 10. 19. 22:17
..... 그런디 고모. 나는 몇해 전에 세워놓은 선산의 가묘로는 안 갈라요. 그리론 안 가고 싶네. 이 집서 살 때 혼미한 정신에서 깨어나게 되면 혼자서 걸어걸어 가묘를 찾아가보았소. 죽어서 갈 곳인데 정붙여놔야지 싶어서. 햇볕도 잘 들고 거기 휘어진 채로 또 우뚝 서 있는 소나무도 맘에 들기는 하는디 죽어서도 이 집 사람으로 있는 것은 벅차고 힘에 겹네. 마음을 달래보려 노래를 부르고 풀도 뽑아주고 자리를 펴고 해가 저물 때까지 앉아 있어보기도 하고 그랬는디 마음이 안 붙어라오. 오십년도 넘게 이 집서 살았응게 인자는 날 쫌 놔주시오. 그때 가묘 세울 때 고모가 내 아래에 자리잡으라 했을 때 내가 눈을 흘기며 아이구 죽어서도 고모 심부를 하게요, 했던 거, 지금 그 말이 생각나네. 서운케 생각마오, 고모. 오래 생각했지만 복잡한 마음으로 그런 건 아니요. 그냥 나는 내 집으로 갈라네요. 가서 쉬겄소.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