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rose's blog : 이런 저런 얘기들...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두 사람이 산책을 나간다고 해보자. 한 사람은 스케치를 잘하는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그런 데는 취미가 없는 사람이다. 그들은 녹색 길을 따라 걸어간다. 이 두 사람이 지각하는 경치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한 사람은 길과 나무를 볼 것이다. 그는 나무가 녹색임을 지각하지만, 그것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태양이 빛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반면 스케치를 하는 사람은 무엇을 볼까? 그의 눈은 아름다움의 원인을 찾고, 예쁜 것의 가장 세밀한 부분까지 꿰뚫어 보는 데 익숙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햇빛이 소나기처럼 잘게 나뉘어 머리 위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는 잎들 사이로 흩어지고, 마침내 공기가 에메랄드 빛으로 가득 차는 모습을 관찰한다. 그는 여기저기에서 가지들이 잎들의 베일을 헤치고 나오는 모습을 볼 것이다. 보석처럼 빛나는 에메랄드색 이끼와 하얀색과 파란색, 자주색과 빨간색으로 얼룩덜룩한 환상적인 지의류가 부드럽게 하나로 섞여 아름다운 옷 한 벌을 이루는 것을 볼 것이다. 이어 동굴처럼 속이 빈 줄기와 뱀처럼 똬리를 틀고 가파른 둑을 움켜쥐고 있는 뒤틀린 뿌리들이 나타난다. 잔디가 덮인 비탈에는 수많은 색깔의 꽃들이 산감 세공처럼 새겨져 있다.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스케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녹색 길을 통과하여 집에 왔을 때 할 말도 없고 생각할 것도 없다. 그저 이러저러한 길을 따라 걸아갔다 왔을 뿐이다.

[존 러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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