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rose's blog : 이런 저런 얘기들...


가족

"혹시, 아무 생각도 없는 거, 그게 좋은 가정이라는 게 아닐까, 그냥 밥 먹고, 자고, 가끔 외식하고 가끔 같이 텔레비 보고, 가끔 싸우고, 더러 지긋지긋해하다가 또 화해하고, 그런 거……. 누가 그러더라구, 집은 산악인으로 말하자면 베이스캠프라고 말이야. 튼튼하게 잘 있어야 하지만, 그게 목적일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그게 흔들거리면 산 정상에 올라갈 수도 없고, 날씨가 나쁘면 도로 내려와서 잠시 피해 있다가 다시 떠나는 곳, 그게 집이라고. 하지만 목적 그 자체는 아니라고, 그러나 그 목적을 위해서 결코 튼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라고. 삶은 충분히 비바람 치니까, 그럴 때 돌아와 쉴 만큼은 튼튼해야 한다고……."

엄마의 팔짱을 끼고 걸어오면서 나는 문득 가족이란 밤늦게 잠깐 집 앞으로 생맥주를 마시러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팔짱을 끼는 사람들, 그리고 편안히 각자의 방에서 잠이 드는 그런…… 사람들.

[공지영, 즐거운 나의 집]

즐거운나의집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가족/성장소설
지은이 공지영 (푸른숲, 2007년)
상세보기

'남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동의 고립감  (0) 2010.03.20
사랑에 빠진다는 것  (0) 2008.07.03
낭만적 운명론  (1) 2008.06.18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  (0) 2008.05.22
단호한 마음  (0) 2008.05.07
Response
,

낭만적 운명론

나는 동전을 던졌을 때 왜 앞 또는 뒤가 나왔는지 설명해달라고 신에게 매달리지는 않는다. 그 확률이 2분의 1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클로이와 내가 옆자리게 앉을 확률처럼 작은 경우일 때, 989.727분의 1의 확률일 때, 적어도 사랑 내부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것을 운명 이외의 다른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

나의 실수는 사랑하게 될 운명을 어떤 주어진 사람을 사랑할 운명과 혼동한 것이다. 사랑이 아니라 클로이가 필연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였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우리의 사랑 이야기의 발단을 운명론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은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증명해준다 -- 내가 클로이를 사랑했다는 것. 우리가 만나고 못 만나는 것은 결국 우연일 뿐이라고, 989.727분의 1의 확률일 뿐이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은 동시에 그녀와 함께하는 삶의 절대적 필연성을 느끼지 않게 되는 순간, 즉 그녀에 대한 사랑이 끝나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왜나는너를사랑하는가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07년)
상세보기

'남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에 빠진다는 것  (0) 2008.07.03
가족  (0) 2008.06.26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  (0) 2008.05.22
단호한 마음  (0) 2008.05.07
It runs in the family.  (0) 2008.04.28
Response
,

« Previous : 1 : ···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 : 106 : Next »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