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rose's blog : 이런 저런 얘기들...


사랑이라는 병

..... 그러나 '사랑의 거울'을 보는 순간 나는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De te fabula narratur>." 그 책을 보는 순간 나는 나의 상사병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중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특히 사랑이라는 병은 괴질(怪疾)이기는 하되 사랑 자체가 곧 치료의 수단이 된다는 이븐 하즘의 정의는 인상적이었다. 이븐 하즘에 따르면, 사랑이 괴질인 까닭은,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치료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엇다. 이 얼마나 놀라운 통찰인가! 나는 그제서야, 그날 아침 내 눈에 보인 것들이 그렇게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던 까닭을 이해했다. 안치라 사람 바실리오에 따르면 사랑은 눈을 통해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오는 병이었다. 그에 따르면 이 병에 걸린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들뜨거나, 혼자 있거나, 혼자 있고 싶어하거나(그날 아침, 나는 얼마나 혼자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겼던가) 공연한 심술을 부리거나 바로 이 심술 때문에 말수가 적어지거나 한다.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그 대상을 만나지 못할 경우에는, 심한 자기 학대 증세를 보이면서 하루 종일 침상을 떠나지 않는데, 이 상사병 증세가 지나쳐 뇌가 영향을 받게 되면 정신을 잃거나 헛소리를 하게 된다는 대목에서는 겁이 덜컥 났다(그러나 내 경우는, 맑은 정신으로 장서관 미궁을 조사할 정도였으니 그런 중증은 아닐 터였다). 이 병이 악화되면 목숨을 앗을 수도 있다는 대목도 꺼림칙했다.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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