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rose's blog : 이런 저런 얘기들...


[연극] 관객 모독

관람일: 2004.03.13
대본: 페터 한트케
극단: 극단 76단

'삼류배우' 보러 8번 버스를 타고 대학로로 향했다.
충정로 쯤 갔을까? 극장에 전화를 해서 위치를 물어보는데 오늘은 지방공연을 간댄다.
그 긴 기간중에 왜 하필 오늘이람?
할일도 없는데 걍 버스 타고 종점까지 가버릴까 하다
전에 동숭아트센터에서 잠깐 봐뒀던 '관객모독'을 보기로 했다.

인지도가 높은 연극이라 그런지 보려는 사람이 참 많았다.
사랑티켓 + 학생증 콤보로 저렴하게 표를 구입하고는
적당히 한시간 때운 다음 연극을 보았다.

아무런 무대도 없고 썰렁하게 의자 4개만 있을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더니만
연극 시작부터가 많이 달랐다.
그들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강의를 하고 우리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그들의 말대로 거기엔 시간의 흐름도,
사건의 전개도,
관객과 배우를 구분짓는 벽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숨을 죽이고 똑같은 얼굴로 연기하는 배우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연극이 끝나고 열심히 박수치는 그런 관객을 원하지 않았다.

처음엔 낯선 경계심과 혼란스러운 정신으로 대하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것에 익숙해져갔다.
배우의 연기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닌
공연 내내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2004.03.13 미니홈피에 쓴 글]

'나의 글 > 취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극] 로물루스 대제  (3) 2004.10.03
[보드게임] Axis & Allies: EUROPE  (4) 2004.09.09
[보드게임] Age of Steam  (3) 2004.09.08
[연극] 삼류 배우  (0) 2004.08.16
[연극]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  (0) 2004.07.15
Response
,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