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rose's blog : 이런 저런 얘기들...


[연극] 삼류 배우

관람일: 2004.08.14
대본: 김순영
극단: 극단 미연

지하철 신문의 조그마한 문화란에 소개된 걸 보고
전부터 보려고 찾아갔었지만
마침 그 날이 단 하루 있었던 지방 공연 날이라 못봤던 연극.
그 연극을 드디어 보고 말았다.

연극 제목 만큼이나 삼류 연극은 아닐런지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조마조마 암전이 사라지길 기다린다.
무대 바닥 곳곳에 야광 스티커로 위치를 표시해놓고
시끄러운 음악을 방패삼에 분주하게 제 자리를 잡는다.

불이 켜지고 어느 집 마루에서 누나와 남동생이 이야기를 나눈다.
배우로써 30년 째 단역만 맡아온 아버지를 누나는 부끄럽게 생각한다.
퇴근해서 돌아오는 아버지는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고,
순수해 보이는 그의 얼굴엔 미안함이 가득하다.

햄릿을 좋아해서 연극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그는
오로지 순수한 마음으로 연극을 사랑해왔고,
자식, 후배, 극단으로부터 항상 무시당하면서 살지만,
단 한번도 자신의 직업에 대해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이보다 더 순수하고 순박한 사람은 없을 것 같은 주인공의 평소 모습은
관객들로부터 측은한 마음을 불어일으키게 하지만,
마지막 모노드라마에서 햄릿 연기에 심취해 열정적으로 연기를 하는 모습은
놀라움과 경외심 마저 느끼게 한다.

주인공 역을 맡은 최일화씨의 연기는
마치 자기 자신의 인생이 그랬다는 듯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어린아이와 같은 평소 순박한 모습과
연기를 할 때의 열정적인 모습의 대비가 잘 나타낸 것 같다.

[2004.08.16 미니홈피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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