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rose's blog : 이런 저런 얘기들...


왼손과 오른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라는 책을 보면 '조종'이라는 재미있는 단편이 있다. 어느 날 주인공은 자신의 왼손이 이상하다는 걸 느낀다. 시간이 지날 수록 증세가 심해져 급기야 자신의 의지로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알고보니 왼손은 주인공이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고 관심을 갖는 것에 질투를 느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야기는 결국 주인공은 왼손과 타협한다는 내용으로 끝난다.

고등학교 때였나? 나는 내가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이상했다. 왼손으로는 공을 10m도 못던지고, 왼손으로 글씨를 쓰려고 하면 유치원 아이들 글씨보다도 더 삐뚤삐뚤했다. 이 세상에 완전 좌우 대칭인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난 최소한 몸의 기능만큼은 좌우가 대칭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때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연습을 했었는데, 진전이 없자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다.

왼손잡이도 오른손잡이와 마찬가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씨를 쓰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어색하다. 왼손잡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씨를 쓰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마치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가끔씩 이런 연습도 하는데, 왼손 글씨 쓰기를 처음 배우는 집장에서는 이 방법이 더 편한것 같다.

요즘은 종이를 뭉쳐서 공같이 만든 다음에 왼손으로 던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폼은 제법 나는 것 같다. 주인이 이정도로 왼손을 생각해주는데 설마 반란을 일으키진 않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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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

관람일: 2004.06.12
대본: 위성신
극단: 극단 오늘

화창한 6월의 여름날.
여느 때처럼 악마같은(?) 보드게임 생각이 나를 유혹했지만
더이상 암울하게 보내긴 싫다는 생각에 모처럼 대학로를 찾았다.

길 한편엔 언제나 그렇듯 개그콘서트 삐끼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고,
인도를 따라서 열대 과일을 파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강렬한 태양빛을 피해 사람들은 그늘진 곳에만 몰려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데,
왠지 나 혼자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가다보니 어떤 소극장에 이르렀다.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
'음. 제목이 이쁜걸. 이거나 함 볼까?'
일단 표를 사긴 했는데, 재미있을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마침 이 극단이 '늙은부부 이야기'를 공연했다는 걸 알고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제목 때문일까? 관람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인사이였다.
'쳇, 하나도 안부럽다. 뭐. T.T'

무대는 매우 좁았는데,
이전에 보았던 안톤 체홉의 '갈매기'의 그것에 비하면 반의 반의 반도 안되어 보였다.
무대에는 양쪽으로 두 개의 문과 두 개의 화장대가 있고,
가운데에는 샤워실과 침대가 있었는데,
'라이어'에서 한 공간을 두 개의 집으로 표현한 것과 흡사했다.

연극은 프롤로그 + 5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었다.
어린 아이처럼 유치하게 싸워대는 초등학교 동창 남녀,
권태에 시달리는 오래된 연인,
실직한 경상도 부부,
결혼한 지 얼마 안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 남자와 그의 아내,
옛 사랑을 다시 만난 늙은 남녀.

각 에피소드에는 남녀간의 갈등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고
그러한 갈등의 결말은 우리에게 어떻게 보이든 간에 사랑이었다.
완전한 해피엔딩도 아닌, 그렇다고 슬픈 결말도 아닌,
그러한 가치 판단에 익숙한 나를 비웃듯
사랑은 보다 높은 곳에서 모든 걸 어우르고 있었다.

모든 세상사를 사랑이라는 것 하나로 단순화시켜버리는
상업영화처럼 잠시나마 사랑이라는 낭만에 빠져들게 하는 것 같다.
갑자기 'Love Actually'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
연극을 보고 나름대로 느낌을 적는 다는 것이
한 달 넘게 미뤄지다가 이제야 마무리되는구나.
연극 감상이라기 보단 오랜만의 대학로 나들이라고 하는게 맞을듯.

[2004.07.15 미니홈피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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