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rose's blog : 이런 저런 얘기들...


[연극]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

관람일: 2004.06.12
대본: 위성신
극단: 극단 오늘

화창한 6월의 여름날.
여느 때처럼 악마같은(?) 보드게임 생각이 나를 유혹했지만
더이상 암울하게 보내긴 싫다는 생각에 모처럼 대학로를 찾았다.

길 한편엔 언제나 그렇듯 개그콘서트 삐끼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고,
인도를 따라서 열대 과일을 파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강렬한 태양빛을 피해 사람들은 그늘진 곳에만 몰려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데,
왠지 나 혼자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가다보니 어떤 소극장에 이르렀다.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
'음. 제목이 이쁜걸. 이거나 함 볼까?'
일단 표를 사긴 했는데, 재미있을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마침 이 극단이 '늙은부부 이야기'를 공연했다는 걸 알고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제목 때문일까? 관람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인사이였다.
'쳇, 하나도 안부럽다. 뭐. T.T'

무대는 매우 좁았는데,
이전에 보았던 안톤 체홉의 '갈매기'의 그것에 비하면 반의 반의 반도 안되어 보였다.
무대에는 양쪽으로 두 개의 문과 두 개의 화장대가 있고,
가운데에는 샤워실과 침대가 있었는데,
'라이어'에서 한 공간을 두 개의 집으로 표현한 것과 흡사했다.

연극은 프롤로그 + 5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었다.
어린 아이처럼 유치하게 싸워대는 초등학교 동창 남녀,
권태에 시달리는 오래된 연인,
실직한 경상도 부부,
결혼한 지 얼마 안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 남자와 그의 아내,
옛 사랑을 다시 만난 늙은 남녀.

각 에피소드에는 남녀간의 갈등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고
그러한 갈등의 결말은 우리에게 어떻게 보이든 간에 사랑이었다.
완전한 해피엔딩도 아닌, 그렇다고 슬픈 결말도 아닌,
그러한 가치 판단에 익숙한 나를 비웃듯
사랑은 보다 높은 곳에서 모든 걸 어우르고 있었다.

모든 세상사를 사랑이라는 것 하나로 단순화시켜버리는
상업영화처럼 잠시나마 사랑이라는 낭만에 빠져들게 하는 것 같다.
갑자기 'Love Actually'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
연극을 보고 나름대로 느낌을 적는 다는 것이
한 달 넘게 미뤄지다가 이제야 마무리되는구나.
연극 감상이라기 보단 오랜만의 대학로 나들이라고 하는게 맞을듯.

[2004.07.15 미니홈피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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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 누구에게도 속박받지 않고,
그 누구도 구속하지 않는 것.
이런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것이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해도...

이젠, 사랑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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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절실히 느끼는 나의 문제점

요즘 절실히 느끼는 나의 문제점
귀차니즘, 끈기부족, 노력부족

1) 귀차니즘
난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걸 상당히 두려워한다.
아니 어쩌면 귀찮아하는 것을 이렇게 말함으로써
비난을 조금이나마 피해가려고 하는 지도 모르겠다.

항상 내가 먹던 음식, 내가 가던 곳, 내가 하던 방식.
여기서 벗어나질 않는다.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
이것이 부족하다.

2) 끈기부족
귀찮더라도 일단 하게되면 시작은 잘 하는 편이다.
시작할 때에는 그 일에 깊히 빠져서 무서울 정도로 진척이 빠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이 때문에 있는 지도...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진행은 더뎌지고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결과는 90%. 결코 100%에 도달하지 못한다.

느리더라도 마지막까지 꾸준한 모습.
이것이 부족하다.

3) 노력부족
이건 끈기부족과 연관이 많은 것 같다.
어렸을 때엔 끝까지 꼼꼼하게 일을 처리했었는데,
크면서 점점 대강 대강 하는 것 같다.

또한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거기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그때 그때 상황을 보고 대략 heuristic하게 처리하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암기력이 부족한 것도,
상대방의 말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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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My mind," Sherlock Holmes said, "rebels at stagnation. Give me problems, give me work, give me the most abstruse cryptogram, or the most intricate analysis, and I am in my own proper atmosphere. I can dispense then with artificial stimulants. But I abhor the dull routine of existence. I crave for mental exaltation. That is why I have chosen my own particular profession, or rather created it, for I am the only one in the world."

[Arthur Conan Doyle, The Sign of Four]

코난 도일의 '4개의 서명'이란 소설을 읽는데
셜록 홈즈의 한 마디가 머릿 속을 떠나질 않아.

천재란 이런 것인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그가 존경스럽고 부럽기도 하지만,
이런 말을 당당하게 내뱉을 수 없는 내가 한심하기도 해.
나의 정신은 단조로운 일상을 좋아하는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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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길

회사 앞 ~ 집 앞
지하철: 1시간 20분 소요
자동차: 50분 ~ 1시간 30분 소요

출근할 때 왠만해선 지하철을 이용하지만,
가끔씩 차를 갖고가고 싶을 때가 있다.
서울의 야경을 보는 것,
그리고 새로운 길을 익히는 일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아침부터 다른 차들과의 전쟁을 해야 하기에
출근길은 항상 피곤하지만,
비교적 한산한 늦은 저녁 퇴근길은
지친 몸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입사 초만 해도
광화문이 어디 있는지, 종로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길치였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집까지 가는 제법 다양한 루트를 알고 있다.

오늘은 어느 길로 가 볼까?
소월길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볼까?
강변길에서 한강 야경을 볼까?
아니면 새로운 루트를 개척해볼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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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ödel, Escher, Bach

대학 시절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시켜주고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좋은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함께하는 등,하교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깊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진지한 대화는 나에게 밝은 앞날을 꿈꾸게 했었다.

지적 호기심을 상실한 지금 그 시절이 너무나도 그립다.

요즘 들어 그 시절에 읽다 끝내지 못한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Gödel, Escher, Bach
5년이 지난 지금 그 시절을 떠올리며
가슴속에서 조용히 잠들어있는 나의 열정을 다시 밝혀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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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하는 나

1. 기억력이 안좋다.
-> Trick Taking 게임을 잘 못한다. (마이티, Die Sieben Siegel)

2. 수를 예측하는 것을 귀찮아한다.
-> 행마를 예측하는 게임을 잘 못한다. (GIPF 시리즈, Chess)

3. 내 기분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 버린다.
-> Bluffing 게임을 잘 못한다. (Lupus in Tabula, Bang!)

4. 맺고 끊음이 확실하지가 않다.
-> 협상, 협잡 게임을 잘 못한다. (Traders of Genoa, I'm the Boss!)

그럼 도대체 뭘 잘하지?
Heuristic + No B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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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 게임의 매력

요즘 보드게임에 푹 빠져있다.
아니 보드게임이 유행하면서 부터
조금씩 빠져들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어떤 System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Solution을 찾는 것
그러나 혼자서 수학이나 과학 문제를 푸는 것과는 달리
사람들 간의 Interaction과 Randomness라는 것이 작용한다는 것
이 점이 보드게임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노력과 적당한 관계
어쩌면 인간 사회를 간단하게 축소시켜놓은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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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관객 모독

관람일: 2004.03.13
대본: 페터 한트케
극단: 극단 76단

'삼류배우' 보러 8번 버스를 타고 대학로로 향했다.
충정로 쯤 갔을까? 극장에 전화를 해서 위치를 물어보는데 오늘은 지방공연을 간댄다.
그 긴 기간중에 왜 하필 오늘이람?
할일도 없는데 걍 버스 타고 종점까지 가버릴까 하다
전에 동숭아트센터에서 잠깐 봐뒀던 '관객모독'을 보기로 했다.

인지도가 높은 연극이라 그런지 보려는 사람이 참 많았다.
사랑티켓 + 학생증 콤보로 저렴하게 표를 구입하고는
적당히 한시간 때운 다음 연극을 보았다.

아무런 무대도 없고 썰렁하게 의자 4개만 있을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더니만
연극 시작부터가 많이 달랐다.
그들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강의를 하고 우리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그들의 말대로 거기엔 시간의 흐름도,
사건의 전개도,
관객과 배우를 구분짓는 벽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숨을 죽이고 똑같은 얼굴로 연기하는 배우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연극이 끝나고 열심히 박수치는 그런 관객을 원하지 않았다.

처음엔 낯선 경계심과 혼란스러운 정신으로 대하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것에 익숙해져갔다.
배우의 연기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닌
공연 내내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2004.03.13 미니홈피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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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며...

이런 저런 일이 많았던 2003년이었지만
항상 이리저리 흔들린것 같아.
연초에 세운 계획을 마지막까지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난 그런 목표조차도 세우지 않았어.
아니 아직 삶의 목표조차도 세우지 못했는걸.

2004년 한해가 지난 후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지.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나
남과 어울리고 배려할 줄 아는 나
그리고 나를 사랑할 줄 아는 내가 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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